"좀 당황스럽긴 했는데, 그래도 바람쐬고 오면 좋지 뭐."
그 대답에 내가 당황스럽다.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평소에 얼마나 돌발행동을 많이하고 설득하기 힘들었으면 이제 거의 '포기'하게 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와이프가 이런 여행을 좋아할리가 없다. 극소심, 철저히 계획적인 사람이 애를 데리고 밤에 여행간다는것. 이미 몇번이나 나를 설득하면서 취소시킨 계획이기에...
살면서 그렇게 되는건가? 서로에 대해 좋은말로 이해. 흔히말하는 포기를 하게되는것. 언젠가 그녀가 사람의 성격이라는것은 죽어도 바꿀 수 없는것 같다고 한 말이 나를 두고 한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글픈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
홈플러스에 도착했다. 내리려고 하는데 와이프는 내릴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안내려?"
"애기 깨~ 혼자 갔다와"
이럴수가. 혼자 가라니. 난 무엇이든지 혼자하는걸 너무너무 싫어하는데.
"어떻게 혼자가~ 안깨~내가 유모차 꺼내줄게"
"여기서 깨면 밤새 깨있는단 말이야. 그냥 얼른 후딱 갔다오세요."
왠 존댓말
"아 진짜진짜진짜싫어~ 혼자가라니 너무해!"
"이그~ 바보"
재빨리 트렁크에서 유모차를 꺼내 문앞에 대령한다.
애가 깰라 조심조심 유모차에 눕힌다. 다행이 잠이 푹 들었나보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혼자 쇼핑을 못해~"
"못하는게 아니고 안하는거야. 마누라 놔두고 뭐하러 혼자 쇼핑을 해~"
사실 못한다.
정말 바본가? 혼자서는 정말 힘들다.
군대 전역 후 복학생시절 친구들이 다 군대가있어서 한학기동안 혼자 학교를 다녔다. 그러다보니 혼자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데 정말 혼자 매점에 갈 수가 없었다. 몇몇 이유를 들자면 혼자가면 왠지 창피하다. (물론 신경도 안쓰겠지만) '어머어머 저사람봐 매점에 혼자왔어'라며 수근댈것 같기도 하다. 또 아무말도 할 필요도 없고 할말도 없겠지만 계산원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얼마입니다)를 하는것이 그렇게 어색할수가 없다. 결국 나는 혼자 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 피씨방에 가서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거기는 칸막이도 쳐있고 누가 보는것 같지도 않으니깐. 그렇게 쌓인 피씨방 마일리지도 상당했다만 드는 돈도 점심값만큼 나왔다. 그래서 생각해낸게 공강을 없애는것. 그러다 다음학기때는 동기녀석들도 꽤 복학하고 후배들과도 어찌어찌 친해져서 점심을 먹을 수 있게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습관처럼 공강을 불가피한 일주일에 한번 정도를 제외하고는 없애는 쪽으로 시간표를 짜곤했다.
어쨌든 혼자는 싫다. 예전부터, 지금도, 앞으로도.
지하2층 식료품 코너까지 내려간다. 제일먼저 들르는 곳은 할인판매부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뭔가 불안한 마음은 들지만.
'영자문 비스케토'라고 쓰여있는 일제 아이들용 비스켓
형광색으로 빛나는 꿈틀이
과자코너로 가서
과자친구 안에는 콘칩, 죠리퐁, 못말리는 신짱, 또 콘칩, 카라멜콘과 땅콩이 작은 봉지로 들어있다.(카라멜콘과 땅콩에는 어느순간인가부터 땅콩이 들어있지 않는다. 차라리 그냥 카라멜콘이라고만 하던가.)
그리고 우리 와이프가 좋아하는 소라과자와 곁다리로 들어있는 트위스트와 고구마과자.
아인슈타인 우유와 환타 파인애플맛, 쿠우 오렌지맛
꼭 초등학생 소풍가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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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k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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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11시가 약간 넘은시간
그래도....뭔가 챙겨가야 하지 않을까?
뭔가 불안하다. 원체 소심한 성격인지라...
항상 그랬다. 뭐 수학여행이라던가 극기훈련같은데를 갈라치면
그 전날 항상 뭐 빠뜨린것이 없나 하는 생각에 잠을 설치곤 했다.
결국 마데카솔, 대일밴드따위의 구급약까지 안경집에 챙겨넣어야지 그나마 마음이 안정되곤 했다.
덕분에 중학교 1학년때 극기훈련에서 텐트 지지봉에 찢긴 새끼발가락을 재빨리 응급처치 할 수도 있었고.....
'이놈의 걱정'
이번 여행(드라이브?)는 무작정 떠나기로 하지 않았던가. 잊자. 좀. 제발.
그래도 주전부리라도 사서 가야 될것같다. 애기가 자다 깨면 먹일 우유도 한통 준비해 놓아야 될 것 같고.
어느새 길은 홈플러스로 향하고 있다. 그래도 물어봐야지
"그래도 홈플러스 들러서 뭐 주전부리라도 사가지고 갈까?"
"그래~ "
알 수 없다. 십중팔구 화를 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왠지 목소리가 밝다.
여자의 마음이란....
이렇게 애매모호할때는 직접 물어보는게 상책이다.
우리 부부는 금슬이 좋다. 나는 그 이유가 대화에 있다고 본다.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한 약속중 처음한 약속이 '절대로 전화를 꺼놓지 않기'이다. 덕분에 싸울일이 있어도 대화로 잘 풀 수 있었고 아무리 서로 기분이 상해도 오해가 풀리기 전까지는 대화를 끝내지 않았다. 긍정적인 결과로 작용하기는 했지만 딴은 생각해보면 짜증이 났을 법도 하다. 자기만의 침묵의 시간도 필요한 법인데 나는 무조건 대화의 장으로 불러 내려고만 하였으니...
어쨋든. 그랬왔듯이. 물어보자.
"갑자기 나가자 그래서 화 안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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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k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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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방문자
역시 유입경로가 '동해'이다.
이런 공통점을 바탕으로 어떻게 이사람들이 여기까지 흘러들어오게 되었는지 분석해 보았다.
일단 이들은 직장인 남자일 가능성이 크다.
이유인즉슨 동해를 검색해 보았다는데 있다.
2009년 여름 휴가에 대한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휴가기간이 다음주인 직장인이 40%이고
그중에 30%가량이 동해를 휴가예정지로 잡고있다고 한다.
그래서 동해를 검색 해 보았는데 자극적인 제목인 '그녀와의 하룻밤'을 보고
클릭해 보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여자들도 클릭 해 볼 수 있을까나?
우리 와이프의 의견으로는 충분히 여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동해로 놀러갈 계획을 세우는 사람인가보다.라고
결론을 낼 수 밖에 없네
뭐야
추리는 개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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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k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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