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때가 되었구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시간이다. 우리 와이프는 나를 다루는 방법을 잘 알고있다. 평소에 이태원까지의 드라이브를 좋아하는것을 아는 그녀는 무리한 여행을 대신할 카드로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또한 그렇게 멀지도 않으면서 어딘가 다녀왔다는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장소를 내민것이다. 나는 고민한다. 이태원에 가고싶은것인가 동해를 가고싶은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고민이다. 그녀의 진짜 속마음을 알아야 한다. 이 무모한 여행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 부부는 비교적 트러블이 없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눈치싸움의 결과일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탐색을 한 후 행동하기에 서로에게 상처가 될만한 일은 거의 하지 않게된다. 둘다 A형이어서 그런가? 어쨌든 눈치보는것은 안좋은것이라 하지만 이정도의 눈치는 곡 필요한것이 아닌가 싶다.
자 그럼 이제 그녀를 스캔해보자. 먼저 룸미러로 보이는 표정을 봤을 때 그렇게 신난표정은 아니다. 이것은 아마도 경비에 대한 걱정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가게되면 방을 잡아 자게되고 이래저래 나가는 돈이 20~30만원정도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시선은 아이를 향해 걱정스러운 눈빛이다. 이 어린것이 원거리를 견딜 수 있을것인가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는듯 하다. 다음은 오늘 있었던 일. 집에 들어와서 평소와 다르게 발랄하게 나를 맞지 않은데는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것이다. 아! 학원에서 새로들어온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너무 말을 못알아들어서 짜증난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 대해서 선뜻 가자고 했다는 점은 자신도 뭔가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고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전체적인 컨디션은 B-정도라고 판단된다.
다음은 해결책이다. 여기서 내가 고집을 부린다면 분명 가는 내내, 가서, 오는 내내 불편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 동해를 포기해야 하는가. 그러기엔 또 내가 김이 빠져버릴것 같다. 일단 기분을 좀 환기시켜야겠다. 이럴땐 음악만한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음악이 좋을까? 통기타에 청바지입은 포크송을 좋아하는 그녀의 취향에 약간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추가해주는 남미음악이 좋겠다고 스스로 판단한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이다. 추리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음악을 틀고 말한다.
"가면서 생각해보자"

'日常, 雜想 > 원고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와의 하룻밤-5  (0) 2010.02.24
그녀와의 하룻밤-4  (0) 2009.08.04
그녀와의 하룻밤-3  (0) 2009.08.03
그녀와의 하룻밤-2  (3) 2009.07.25
그녀와의 하룻밤-1  (0) 2009.07.25
Posted by Ike.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