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소풍에 대해서는 생각이 안난다. 어딘가 지금 생각하면 가까운 곳 이었는데 어린아이들이 걸어가기에 무지무지 멀게 느껴졌다고 생각이 든다. 가서 뭘 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단 하나 기억이 나는것은 소풍가는 길에서 무언가를 팔던 아줌마들. 애들 소풍가는지 어찌 알았는지 장난감 등을 가지고 와서 팔았다. 담뱃대, 효자손, 은장도, 뭐 아이스크림 나무같은거에 주름진 색종이를 아코디언처럼 붙여 뒤집고 그러고 놀던거, 계단에서 굴리면 재미있는 스프링 뭐 그런 소소한 것들.
한번도 사본적이 없다. 별로 가지고 싶지도 않았지만 돈도 없던것 같다.
근데 은장도는 가지고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왠지 나를 지켜줄 것 같고 또 결정적인 순간에 명예롭게 목숨을 끊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동경하는 마음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사지는 않았다. 일단은 칼이고 모양도 위협적이고 엄마한테 쓸데없는걸 사왔다고 혼날것 같기도 했다.
'난 착했으니깐'
차에 돌아와 자고있는 아이를 의자에 눕히다가 깨워버렸다. 울음소리가 차도 별로 없는 홈플러스 주차장에 울린다. 이자식 울음소리도 우렁차졌다.
아까 사온 아인슈타인을 우유병에 채워 물리니 또 다시 잔다.
뭔갈 입에 물면 평안이 오는걸까? 나도 따라서 입에 뭘 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형광색으로 꿈틀거리는 젤리를 뜯었다. 
"이제 갈까?"
"돈은 좀 챙겼어?"
"돈 없어두 돼 뭐 살거 없어. 카드 있음 됐지 뭐"
카드. 이것만 없음 내가 한달의 삼분의 일 정도를 불안에 떨지 않고 살 수 있을텐데.
카드. 이게 없음 한달의 삼분의 이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니 또 막막하기도 하다.
"진짜 동해 갈거야?"
"어디 가고싶은데 있어?"
"아니....하고싶은대로 해, 난 피곤할까봐 그러지"
하고싶은대로 하라는 말처럼 부담스러운 말도 없다. 아까 분명 안된다 그럴것 같았던 기대를 깨고 내 의견에 따라주었던 것 처럼.
"그냥 이태원에나 가서 커피나 한잔하고 군것질 하고 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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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k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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