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놀토니까 그냥 내일 오면 되지 머"
별로 설득력이 없다. 분명히 '내일 올거' '뭐하러' '이밤에' 동해까지 '기름낭비하며' 가야되느냐고 할것이다. 물론 바가지를 긁지는 않는다. 조곤조곤 나를 이해시키려고. 세게나오면 내가 또 고집을 피울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와이프는 나를 다루는 방법을 잘 알고....
"그래, 가자."
"......"
새로운 방법이다.
더이상 가자고 할 수가 없다. 내 마음속 악마인지 천사인지 모를 놈이 말을건다.
'너무하는거 아냐? 애도 자고있고, 지금 시간이 몇시고, 니 와이프가 지금 홀몸도 아니고, 따라서 장거리 여행은 피로를 줄 수 있고, 넌 지금 통장에 잔고도 없고, 그런놈이 그렇게 고집을 피워대니 니 착한 와이프가 널 포기한게 분명하고, 넌 너무 이기적이고.....'
'그래 나 이기적이야.'라고 악마인지 천사인지의 입을 다물게 하고 신나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뭘 챙겨야될 것이 없나 두리번 거리고 있다.
"내일 올거라면서 뭘 챙겨가~ 그냥 돈만 가져가면 되지"
그렇네.
그래도 뭔가 아무것도 안가져가면 허전하니깐 CD케이스를 챙긴다.
열쇠, 지갑, 핸드폰....가져갈거 많구만.
와이프는 이미 세팅되어있는 기저귀가방을 나에게 건넨다.
화가 난건지 아닌건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화났어?"
"아니? 왜?"
"아니... 선뜻 가자고 해서.."
"바람쐬고 좋지 뭐, 가자~ 나도 답답했어"
그런데 표정은 굳어있고.
자고있는 아이를 안고 집을 나선다.
그래, 젊으니깐 이러고도 놀고 하는거지.
더 나이들면 이러고 놀지도 못할거다.
드라이브 좀 멀리 갔다온다고 생각하고 바람한번 쐬고 머리좀 비우고 오자

'日常, 雜想 > 원고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녀와의 하룻밤-6  (0) 2010.03.19
그녀와의 하룻밤-5  (0) 2010.02.24
그녀와의 하룻밤-4  (0) 2009.08.04
그녀와의 하룻밤-3  (0) 2009.08.03
그녀와의 하룻밤-1  (0) 2009.07.25
Posted by Ike.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