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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4 그녀와의 하룻밤-4
"좀 당황스럽긴 했는데, 그래도 바람쐬고 오면 좋지 뭐."
그 대답에 내가 당황스럽다.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평소에 얼마나 돌발행동을 많이하고 설득하기 힘들었으면 이제 거의 '포기'하게 된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와이프가 이런 여행을 좋아할리가 없다. 극소심, 철저히 계획적인 사람이 애를 데리고 밤에 여행간다는것. 이미 몇번이나 나를 설득하면서 취소시킨 계획이기에...
살면서 그렇게 되는건가? 서로에 대해 좋은말로 이해. 흔히말하는 포기를 하게되는것. 언젠가 그녀가 사람의 성격이라는것은 죽어도 바꿀 수 없는것 같다고 한 말이 나를 두고 한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글픈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든다.
홈플러스에 도착했다. 내리려고 하는데 와이프는 내릴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안내려?"
"애기 깨~ 혼자 갔다와"
이럴수가. 혼자 가라니. 난 무엇이든지 혼자하는걸 너무너무 싫어하는데.
"어떻게 혼자가~ 안깨~내가 유모차 꺼내줄게"
"여기서 깨면 밤새 깨있는단 말이야. 그냥 얼른 후딱 갔다오세요."
왠 존댓말
"아 진짜진짜진짜싫어~ 혼자가라니 너무해!"
"이그~ 바보"
재빨리 트렁크에서 유모차를 꺼내 문앞에 대령한다.
애가 깰라 조심조심 유모차에 눕힌다. 다행이 잠이 푹 들었나보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혼자 쇼핑을 못해~"
"못하는게 아니고 안하는거야. 마누라 놔두고 뭐하러 혼자 쇼핑을 해~"
사실 못한다.
정말 바본가? 혼자서는 정말 힘들다.
군대 전역 후 복학생시절 친구들이 다 군대가있어서 한학기동안 혼자 학교를 다녔다. 그러다보니 혼자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데 정말 혼자 매점에 갈 수가 없었다. 몇몇 이유를 들자면 혼자가면 왠지 창피하다. (물론 신경도 안쓰겠지만) '어머어머 저사람봐 매점에 혼자왔어'라며 수근댈것 같기도 하다. 또 아무말도 할 필요도 없고 할말도 없겠지만 계산원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얼마입니다)를 하는것이 그렇게 어색할수가 없다. 결국 나는 혼자 갈 수 있는 유일한 장소 피씨방에 가서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거기는 칸막이도 쳐있고 누가 보는것 같지도 않으니깐. 그렇게 쌓인 피씨방 마일리지도 상당했다만 드는 돈도 점심값만큼 나왔다. 그래서 생각해낸게 공강을 없애는것. 그러다 다음학기때는 동기녀석들도 꽤 복학하고 후배들과도 어찌어찌 친해져서 점심을 먹을 수 있게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습관처럼 공강을 불가피한 일주일에 한번 정도를 제외하고는 없애는 쪽으로 시간표를 짜곤했다.
어쨌든 혼자는 싫다. 예전부터, 지금도, 앞으로도.
지하2층 식료품 코너까지 내려간다. 제일먼저 들르는 곳은 할인판매부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뭔가 불안한 마음은 들지만.
'영자문 비스케토'라고 쓰여있는 일제 아이들용 비스켓
형광색으로 빛나는 꿈틀이
과자코너로 가서
과자친구 안에는 콘칩, 죠리퐁, 못말리는 신짱, 또 콘칩, 카라멜콘과 땅콩이 작은 봉지로 들어있다.(카라멜콘과 땅콩에는 어느순간인가부터 땅콩이 들어있지 않는다. 차라리 그냥 카라멜콘이라고만 하던가.)
그리고 우리 와이프가 좋아하는 소라과자와 곁다리로 들어있는 트위스트와 고구마과자.
아인슈타인 우유와 환타 파인애플맛, 쿠우 오렌지맛
꼭 초등학생 소풍가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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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k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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